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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기 전에

불면증의 야경에 길들여진 지 오래였다.
밤 10시, 대면하는 아파트 7층 창에 불이 켜진다. 매일. 정확히. 그 불을 보며 난 처음 잠이 든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불이 꺼진다. 그럼 나도 눈을 감는다.
새벽 3시, 다시 켜진다. 나도 깬다. 5시, 불이 꺼진다. 나도 이제야 조용해진다.
6개월이 지났다. 난 그 불의 주인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알아버렸다. 그 사람의 밤을 나는 나의 밤으로 삼아버렸다.
어느 밤, 10시가 된다. 불이 켜지지 않는다.
11시, 자정, 새벽 3시. 검은 창은 변하지 않는다. 난 처음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침, 소식을 들었다. 7층의 누군가가 서울을 떠났단다.
그날 밤 10시, 이번엔 나의 불을 켠다. 불빛이 창을 가득 채운다. 건너편 아파트 7층의 빈 창을 향해.
그리고 깨닫는다. 누군가는 내 불이 꺼지길 기다리며, 내 불이 켜져있길 기다리며, 밤을 견디고 있었다는 걸.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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