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tertainment

저장되지 않은 초안

화면 하단에 빨간 점이 떠 있었다. 임시저장 1건.
서연은 그것을 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열 수 없었다. 그 초안이 언제 쓰인 것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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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공항 출국장 앞 카페. 아메리카노 두 잔 사이로 할 말을 고르던 밤. 준혁이 먼저 일어섰고,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별을 마쳤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메시지를 썼다.
*사실은——*
거기까지였다. 전송 버튼 대신 화면을 덮었고, 초안은 클라우드 어딘가에 조용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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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일 앱이 업데이트를 요구했다.
`업데이트 시 임시저장 항목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서연의 손가락이 멈췄다. 삭제되면 편해질까. 아니면, 마지막 '사실은' 뒤에 붙을 수 있었던 모든 문장들이 함께 사라지는 걸까.
그녀는 천천히 초안을 열었다.
*사실은——*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1년 전 그대로. 마치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서연은 웃었다. 그리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사실은, 공항 커피가 맛없어서 화났던 거야.*
전송을 눌렀다. 번호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3분 뒤, 답장이 왔다.
*나도. 그래서 지금 그 카페 앞에 있어.*
> 🔖 다음 이야기의 결말을 골라주세요:
> - A: 서연이 공항으로 향한다
> - B: 서연이 초안을 하나 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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