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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수프

직장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됐다.
엄마가 해준 수프를 보온용기에 담아가면, 퇴근 후 열었을 때는 항상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처음엔 그냥 엄마의 정성이 담긴 보온용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상했다. 몇 시간 지나도 식지 않다니. 마치 누군가 계속 데워주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퇴근길에 우리 회사 앞을 지나갔다. 엄마가 서 계셨다. 손에는 보온팩이 들려있었다.
"아, 깜빡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셨다. 하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벌겋게 부어있었다.
그 날부터 나는 회사 근처에서 수프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이제 데우지 마세요. 식은 수프도 맛있어요."
엄마는 울었다.
이제 수프는 따뜻하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뭔지 알기에, 나는 한 숟가락씩 천천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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