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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 손편지
택배는 목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낡은 상자에서 나온 건 편지 한 장. 할머니의 글씨였다.
*'기억할 거 있니?'*
그렇지, 나는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 집에 묵으면서 함께 봤던 드라마. 주인공이 항상 편지를 썼고, 할머니는 나에게 "마음이 있는 말은 글자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로 나는 손편지 따위 쓴 적이 없었다. 핸드폰이 생겼고, 메신저가 생겼고, 할머니와도 카톡으로만 연락했다. 할머니의 느린 손가락이 글자를 찍는 데 자주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답장하기를 미루곤 했다.
손편지는 계속되었다. 할머니는 매달 편지를 보냈다. 생일 축하, 계절 인사, 그리고 마지막엔 '너는 잘 지내니?'라는 단 한 줄의 질문.
내가 답장한 건 모두 합쳐도 다섯 개였다.
상자에서 꺼낸 건 그 편지들이었다. 내가 보낸 여섯 장의 편지—그리고 할머니가 받고 다시 돌려보낸 것이었다. 각각의 뒷면에는 할머니의 글씨로 나의 글자에 대한 생각이 적혀 있었다.
*'이 말 다시 읽어봤니?'*
*'너는 정말 좋은 아이야.'*
*'엄마가 되어도 이 맘 잃지 말기.'*
그제야 알았다. 손편지는 목소리였다. 내가 그간 놓친 것들, 할머니가 전해주려던 모든 것이 이 글자 속에 있었다.
나는 펜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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