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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책

그 책은 지하철 시트에 내팽겨쳐져 있었다.
페이지는 136쪽에서 열려 있었고, 한쪽 귀퉁이가 구겨져 있었다. 누군가는 이 쯤에서 멈추고 내렸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역에서.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는 낡았고, 책장 여러 곳에 얇은 검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밑줄이 쳐진 문장들이었다.
'사람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때, 비로소 그 무게를 안다.'
136쪽의 문장에도 밑줄이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를 받지 못한 채, 매일을 버티고 있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그 책을 들고 다녔다. 한 페이지씩. 주인공의 답답한 심정이 내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끝을 읽었다.
주인공은 편지를 받지 못했지만, 그 안에 누군가의 조용한 사랑이 담겨 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책장 끝에 새로운 밑줄을 그었다.
'사람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이미 곁에 있음을 모른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지하철 시트에 놓고 내렸다. 다음 주인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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