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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저장 안 한 번호

010-XXXX-4927.
환절기마다 문자가 왔다.
*"일교차 크다. 겉옷 챙겨."*
*"장마래. 우산 가방에 넣어둬."*
*"첫눈 왔다. 감기 조심하고."*
저장하지 않았다.
3년 전, 크게 싸우고 엄마 번호를 차단했다. 분명 새 번호로 보내는 거겠지. 읽씹했다. 매번.
올겨울에도 왔다.
*"올겨울 많이 춥대. 내복 꺼내."*
세 글자를 보냈다.
*"그만 해."*
1분 뒤 답장이 왔다.
*"엄마 아니에요 ㅎㅎ 옆집 순자 이모입니다. 어머니가 부탁하셨어요. 본인 번호가 차단됐다고, 환절기마다 하나만 대신 보내달라고요."*
스크롤을 올렸다.
3년치 문자. 봄여름가을겨울, 열두 개.
한 통도 빠진 적이 없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차단 목록을 열었다.
엄마가 맨 위에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해제를 누르는 데, 3년이 걸렸다.
---
*차단은 내가 했는데,*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건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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