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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수영을 못하는 남자

3월의 호숫가는 아직 겨울이었다.
민재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이 호수 앞에 와서 삼십 분을 보낸다. 물을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다. 물이 무서워서다.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 괜찮아질 거라고, 상담사가 말했다.
여섯 살 때 계곡에 빠진 이후로 민재는 물 근처에 가지 못했다. 욕조에 물을 받는 것조차 심장이 빨라졌다. 서른다섯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산책로를 걷던 여자의 유모차가 흔들렸다. 여자가 폰을 보느라 손을 놓은 사이, 유모차는 경사를 타고 미끄러졌다. 여자의 비명이 들렸을 때 유모차는 이미 호수 가장자리에 있었다.
민재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커피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동안, 그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차가운 물이 발목을, 무릎을, 허리를 삼켰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여섯 살의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런데도 손은 유모차를 향해 뻗어 있었다.
손가락이 유모차 손잡이를 잡았다. 끌어당겼다. 물속에서 발이 미끄러졌고, 무릎이 바닥을 긁었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호숫가로 유모차를 끌어올렸을 때, 아이는 울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소리였다.
여자가 달려와 아이를 안았다. 울면서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민재는 흠뻑 젖은 채 떨고 있었다. 무서웠다. 아직도 무서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물속에서 느낀 건 공포만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
"괜찮으세요? 수영 잘하시나 봐요."
민재는 젖은 손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아뇨. 저 수영 못해요."
그날 저녁, 민재는 처음으로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다.
무섭지 않았다.
물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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