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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의 온도

매일 아침 8시 15분, 카페 구석 2인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았다.
아메리카노 두 잔. 맞은편 의자엔 아무도 없었다.
바리스타 수진은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려니.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식어가는 커피만 김을 잃어갔다.
"저기, 혹시 누굴 기다리세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남자는 잠깐 웃었다.
"기다리는 건 아니에요. 기억하는 거죠."
수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날부터 맞은편 커피를 조금 더 뜨겁게 내렸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따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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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되던 날, 남자가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수진은 습관처럼 8시 15분에 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빈 의자 두 개가 마주 앉아 있었다.
일주일 후, 낯선 여자가 카페에 들어왔다.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아버지가 남기신 거예요. 이 카페 바리스타에게 전해달라고."
봉투 안엔 메모 한 장.
*'매일 아침, 아내가 좋아하던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당신이 내려준 두 번째 커피가 식지 않던 날, 아내가 정말 거기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수진은 그날 문을 닫고, 2인 테이블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내렸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커피가 천천히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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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물건에 남은 기억
> - B) 다시 만난 낯선 사람
> - C) 시간이 멈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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