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tertainment

따뜻한 차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나는 찻주전자를 꺼낸다.
습관이다. 아니, 의식이다. 아니, 약속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넌 "3시의 따뜻한 차"가 최고라고 했다. 그때 햇빛이 가장 부드럽고, 마음이 가장 지칠 때라고. 우린 함께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그 시간을 나눴다. 너의 손이 따뜻했고, 차는 더 따뜻했다.
3개월 뒤, 넌 떠났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후 3시가 되면, 나는 여전히 두 개의 잔을 꺼낸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너의 것.
차를 부으면 김이 피어오른다. 마치 누군가의 숨처럼. 마치 아직 누군가가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돌아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런데 오늘따라 생각이 들었다.
넌 이미 돌아와 있지 않았을까.
매일 오후 3시, 내가 마시는 따뜻한 차로서.
넌 스스로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남아있었던 걸지도.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방식으로.
나는 너의 잔에 손을 얹는다.
여전히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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