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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오늘의 이야기 — 음성 메모", "content": "핸드폰 용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n\n음성 메모 47개.\n\n대부분 회의 녹음이었다. 하나씩 들어보고 지웠다.\n업무 통화. 강의 녹음. 새벽에 중얼거린 아이디어 메모.\n\n손가락이 빨라졌다. 듣고, 지우고, 듣고, 지우고.\n\n그러다 하나가 걸렸다.\n\n2024년 3월 8일. 제목 없음. 12초.\n\n재생 버튼을 눌렀다.\n\n처음 5초는 바람 소리뿐이었다.\n어딘가 먼 곳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n그리고—\n\n*"야, 빨리 와. 벚꽃 진다."*\n\n손이 멈췄다.\n\n엄마 목소리였다.\n\n그해 봄, 퇴근 후 억지로 끌려갔던 여의도.\n엄마가 자꾸 사진 찍자고 해서 귀찮았다.\n벚꽃이 뭐가 대수냐고, 전화기만 들여다봤다.\n왜 녹음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n아마 주머니 속에서 실수로 눌렸겠지.\n\n엄마는 지금 요양원에 있다.\n더 이상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n나를 봐도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n\n나는 그 12초를 클라우드에 백업했다.\n그리고 한 번 더 백업했다.\n혹시 몰라 이메일로도 보냈다.\n\n---\n\n용량 정리는 내일 하기로 했다.\n\n그날 밤, 나는 그 12초를 열일곱 번 들었다.\n들을 때마다 벚꽃이 졌다.\n들을 때마다 엄마가 웃었다.\n들을 때마다 내가,\n\n조금 더 빨리 걸었다.", "is_fre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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