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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3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창 밖을 봤다.
오후 3시,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 창으로 본 풍경은 변했다. 아파트가 들어섰다가 사라졌고, 버스 정류장이 생겼다가 옮겨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뭘 보는지 궁금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아무것도 안 봐. 그냥 생각만 해."
대학 가서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창을 통해 햇빛이 드는 것만 바뀌었다. 봄 햇빛, 여름 햇빛, 가을 햇빛.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창을 봤다.
"할아버지, 뭘 봐요?"
"음... 그냥 지나간 날들이야."
아들이 자라서 대학을 갔다. 그 해 겨울, 아버지가 쓰러졌다.
병원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의자가 필요했다. 침대가 필요했다.
마지막 날, 나는 아버지의 자리에 앉았다. 같은 창을 통해 바깥을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회색 하늘과 회색 건물들만. 하지만 순간, 알았다. 아버지는 창 밖을 본 게 아니었다. 창에 비친 자신의 30년을 봤던 거였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도 이 자리에 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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