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tertainment

목소리의 온도

엄마가 전화를 걸었다. 회사에서 한숨이 나왔다가, 화면에 떠오른 엄마 이름을 보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 뭐해?"
목소리가 늘 그랬다. 물어보면서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그런 목소리.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가는 목소리였다. 마치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그냥 일하고 있어. 엄마는?"
"밥 먹으라고 했잖아. 점심 시간 아니야?"
나는 웃었다. 같은 대사가 벌써 몇 년을 반복되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 아플 리 없었다. 엄마는 항상 건강했다. 그런데도 뭔가 걱정이 됐다.
"엄마, 목소리가 이상해. 괜찮아?"
침묵. 그리고 다시 말했다.
"괜찮아. 그냥 피곤해. 요즘 많이 피곤하네."
전화를 끊은 뒤, 내 손가락이 화면을 굳이 누르지 않았는데도 통화 기록을 다시 열었다. 3분 14초. 짧은 통화였다.
그날 밤,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메모장에 받아적었다. 누군가 묻는다면, 내가 왜 이러는지 설명할 수 없겠지만. 그저 그 온기가 어디로 흘러가지 않도록. 언젠가 잊혀지지 않도록.
그렇게 우리는 시간을 보낸다. 변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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