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되지 않은 우산
비가 오는 날이면 카페 한쪽 구석, 우산꽂이에 꽂혀 있는 투명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우산. 주인이 두고 간 지 벌써 석 달째였다.
"저거 버릴까요?" 아르바이트생이 물을 때마다 사장인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우산의 손잡이에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해바라기 모양.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모든 물건에 붙이고 다니던 것과 똑같은 스티커였다.
딸은 스물셋에 유학을 떠났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던 날, 비가 왔었다. 나는 딸의 투명 우산을 들어주며 탑승구까지 걸었고, 딸은 우산 안쪽에 입김을 불어 하트를 그렸다.
그로부터 2년.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어느 날, 카페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들어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주문을 받으려다 손이 멈췄다. 여자의 가방에 해바라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혹시… 그 스티커…"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거요? 파리 벼룩시장에서 산 건데, 한국에서 보니 반갑네요."
딸은 아니었다. 당연히 딸이 아니었다.
여자가 나간 뒤, 나는 처음으로 그 투명 우산을 꺼내 펼쳤다. 안쪽 면에 희미하게, 누군가의 입김 자국 같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전화를 걸었다.
"아빠? 무슨 일이야, 갑자기?"
"비 온다. 우산 챙겨."
딸이 웃었다. "아빠, 거긴 새벽인데."
나도 웃었다. 석 달째 수거하지 못한 건 우산이 아니라,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
> 💬 독자 질문: 여러분에게도 '수거하지 못한 것'이 있나요? 물건이든, 말이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우산. 주인이 두고 간 지 벌써 석 달째였다.
"저거 버릴까요?" 아르바이트생이 물을 때마다 사장인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우산의 손잡이에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해바라기 모양.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모든 물건에 붙이고 다니던 것과 똑같은 스티커였다.
딸은 스물셋에 유학을 떠났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던 날, 비가 왔었다. 나는 딸의 투명 우산을 들어주며 탑승구까지 걸었고, 딸은 우산 안쪽에 입김을 불어 하트를 그렸다.
그로부터 2년.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어느 날, 카페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들어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주문을 받으려다 손이 멈췄다. 여자의 가방에 해바라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혹시… 그 스티커…"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거요? 파리 벼룩시장에서 산 건데, 한국에서 보니 반갑네요."
딸은 아니었다. 당연히 딸이 아니었다.
여자가 나간 뒤, 나는 처음으로 그 투명 우산을 꺼내 펼쳤다. 안쪽 면에 희미하게, 누군가의 입김 자국 같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전화를 걸었다.
"아빠? 무슨 일이야, 갑자기?"
"비 온다. 우산 챙겨."
딸이 웃었다. "아빠, 거긴 새벽인데."
나도 웃었다. 석 달째 수거하지 못한 건 우산이 아니라,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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