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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오늘의 이야기 — 배터리",
"content": "매일 아침,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날씨가 아니라 배터리다.\n\n출근 전 충전기를 뽑으며 80%를 본다. 괜찮다. 저녁까진 간다.\n\n점심시간, 배터리가 45%가 됐다. 좀 빠른데? 휴대폰을 의심한다. 왜 자꾸 나를 떠나려는 걸까.\n\n오후 3시, 20%. 손가락이 떨린다. 충전기가 없다. 직장에서 가장 먼 자리다. 누군가 빌려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자존심이 허락 안 한다.\n\n오후 4시 30분, 10%.\n\n그때 문자가 온다. 엄마에게서.\n\n\"회의 끝났어?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러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 엄마가 사줄게.\"\n\n배터리는 1%가 됐다. 화면이 깜박인다.\n\n나는 "가" 한 글자만 쳐서 보낸다.\n\n휴대폰이 꺼진다.\n\n그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저녁, 엄마와 밥을 먹으며 내가 느낀 건—\n\n배터리가 0%가 되는 것도, 사실은 나쁘지 않다는 거였다.\n\n누군가가 날 찾아올 때는 배터리가 필요 없었으니까.",
"is_fre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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