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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우산을 두고 간 사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석 달 전, 장마가 시작되던 날이었다. 카페 문을 닫으려는데 창가 자리에 접힌 우산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남색 우산. 손잡이가 살짝 닳아 있었다.
주인은 아까 그 손님이겠지.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 없이 어떻게 갔을까. 내일 찾으러 오겠지, 하고 카운터 뒤에 세워뒀다.
그 내일은 오지 않았다.
비가 올 때마다 나는 그 우산을 문 앞에 꺼내놓았다. 혹시 지나가다 볼까 봐. 비가 그치면 다시 넣어두곤 했다. 동료가 웃었다. "그냥 버려. 안 찾으러 와."
그래도 버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것을 함부로 포기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장마가 끝나고, 가을비도 두어 번 지나고.
12월의 첫눈이 내리던 날, 그 사람이 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창가에 앉았다. 나는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걸 느끼며 우산을 가져갔다.
"저, 혹시 이거…"
그 사람이 웃었다. 석 달 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한 웃음이었다.
"알아요. 비 올 때마다 문 앞에 꺼내놓으셨잖아요."
"…보셨어요?"
"매번요. 건너편 사무실 창문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 사람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산 찾으러 온 건 아니에요. 사실은 처음부터."
그러니까 —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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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가끔 건너편에서도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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