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tertainment

만료된 북마크

그녀의 브라우저에는 죽은 링크들이 살아 있었다.
'우리 여행 계획.docs' — 404.
'같이 볼 영화 리스트' —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신혼집 인테리어 참고' — 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던 날, 정리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삭제 버튼 위에서 멈췄다. 링크는 죽었지만, 그 링크를 저장하던 순간의 설렘까지 삭제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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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이 지났다.
습관처럼 북마크 폴더를 열었다가, 눈이 멈췄다.
'같이 볼 영화 리스트'의 상태가 바뀌어 있었다. 404가 아니었다. 누군가 같은 주소에 새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클릭했다.
화면에 뜬 건 낯선 커플의 버킷리스트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가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꿈을 새로 짓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북마크 폴더의 이름을 바꿨다.
'지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빈 폴더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무거웠던 폴더보다 마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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