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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계단

매일 아침, 나는 열한 번째 계단에서 멈춘다.
습관이 아니다. 그 계단만 유독 삐걱거려서도 아니다. 다만 거기 서면, 위층에서 내려오는 커피 향이 코끝에 닿는다. 정확히 열한 번째 계단에서만.
"또 거기 서 있어요?"
402호 사람이 웃으며 내려온다. 출근 시간이 같다. 6년째. 우리는 이름도 모른 채 매일 이 계단에서 3초간 스친다.
오늘은 달랐다. 그가 계단 중간에 멈췄다.
"저, 이사 가요. 다음 주에."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아, 그러세요. 입에서 나온 건 그 말뿐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려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나는 열한 번째 계단에 서서 커피 향을 맡았다. 이상하게 오늘은 더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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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트럭이 떠난 날, 우편함에 메모가 있었다.
*"매일 아침 열한 번째 계단에서 멈추는 당신 때문에, 일부러 그 시간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6년간 좋은 아침이었어요."*
이름 대신, 새 주소가 적혀 있었다.
나는 한참을 서 있다가, 처음으로 열두 번째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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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당신이 정해주세요.
> - 🅰️ 새 주소로 찾아간다
> - 🅱️ 같은 계단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 - 🅲️ 메모만 간직한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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