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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 닿지 않는 말들

매일 밤 열한 시, 나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할머니, 오늘 회사에서 칭찬받았어. 김 대리가 커피도 사줬어."
신호음 없이 곧바로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간다. 작년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 달 뒤 해지된 번호. 결번인 걸 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것도 안다.
그래도 괜찮았다.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오늘은 좀 울었어.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보고 싶어서."
"할머니가 해주던 된장찌개 먹고 싶다. 레시피 물어볼 걸."
"내일 면접인데, 잘할 수 있겠지?"
362일째 되는 날, 여느 때처럼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보세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
"잠깐만요."
여자가 말했다.
"혹시… 매일 밤 열한 시에 전화하시던 분이세요?"
침묵.
"이 번호, 제가 두 달 전에 받았거든요.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가 가득 차 있었어요."
"다… 들으셨어요?"
"네. 죄송해요,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면접 결과 어떻게 됐어요? 저도 궁금했거든요."
나는 한참을 울었다.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어딘가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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