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름
누군가의 이름
지하철역 벤치에서 봉투를 주웠다.
누군가의 편지였다. 봉투 앞면에는 자필로 '수진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띄어쓰기까지 정확했다.
나는 편지를 펼치지 않았다. 봉투의 무게만으로도 충분했다. 몇 번을 접었다 펼쳤을 흔적. 보낼 용기가 없어 주머니에만 넣었을 것 같은 구겨진 상태. 그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주소를 찾아 편지를 배달했다. 이름 없는 발신자는 누군가의 용기 나는 순간까지 기다렸던 걸까.
일주일 뒤, 지하철역 같은 벤치에서 다시 만났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손을 맞잡고 있었다. 남자의 입술이 움직였다.
"수진이 편지 봤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도, 나는 아는 것 같았다. 봉투 속 글자들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걸. 보내지 못해 주머니에만 있던 말들이, 결국 도착했다는 걸.
나는 자리를 떴다. 그들의 행복을 더 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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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그 편지, 읽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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