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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기억

매달 같은 날, 할머니가 들어온다. 항상 손에 들린 처방전은 낡아 너덜너덜하지만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이번 달도 같은 약이네요," 나는 처방전을 받으며 말했다.
"그래. 여전히 이 약이 제일 좋더라," 할머니가 웃었다.
그런데 어제, 할머니 처방전을 자세히 봤다. 뒷면에 누군가의 손글씨가 있었다.
*'엄마, 매달 15일 약 먹는 날. 잊지 말고 꼭 챙겨.—아들이'*
나는 약사 경력 20년에서 처음 눈물이 나왔다. 그 글씨는 오래됐다. 몇 년은 된 것 같았다.
다음 달 15일, 할머니가 또 들어왔다.
"할머니, 혹시... 처방전 뒷면의 글씨는?"
할머니가 멈췄다. 손가락으로 뒷면을 만지며 천천히 말했다.
"내 남편이 썼어. 치매가 오면서, 내가 약을 안 먹을까봐 매달 이렇게 적어줬지. 이미 이 분은..."
목이 메었다.
"그럼 왜 계속 처방을 받으세요?"
"약이 다 떨어져도, 이 처방전은 버릴 수가 없더라. 매달 받으러 오면... 남편이 나를 챙기는 기분이 들거든."
나는 조용히 처방전을 접었다. 이것이 약인지, 기억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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