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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봉투

엄마가 남긴 것은 반지도, 편지도, 용서도 아니었다. 그저 잿빛 봉투 하나.
나는 장례식 끝에, 친척들이 모두 떠난 빈 집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나에게. 이 글자가 떨리는 손으로 쓰여 있었다.
봉투는 무거웠다. 마치 그 안에 우리의 모든 침묵이 들어 있는 것처럼. 엄마와 나는 십 년 동안 제대로 말한 게 없었다. 당신의 선택에 반대했고, 엄마는 내 반대를 무시했다. 딸은 상처받았고, 어머니는 외로웠다.
나는 봉투를 열지 않은 채 이틀을 버텼다.
셋째 날 새벽, 나는 마침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안에는 한 장의 종이뿐이었다. 그 위에는 엄마의 흔들리는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가 틀렸다. 나도, 너도. 그런데 니 손을 놓은 건 미안해. 다시 잡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아래는 끝나지 않은 문장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들었다. 엄마의 펜이 멈춘 자리에서. 그리고 내가 마저 썼다.
*'엄마, 난 이미 잡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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